초고속인터넷 500만 돌파.. 실속없는 성장 반성과 대안 (5);공동주택 ADSL 이용한계 노출


박창신 heri@dt.co.kr 2001/04/20



통신분야 전문가들은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의 주거형태를 감안할 때 ADSL(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은 결코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고 말한다.

ADSL은 흔히 ‘단독주택형 솔루션’으로 불린다. 전화선 외에 다른 케이블이 구축돼 있지 않은 단독주택 지역에 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안한 기술이 ADSL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ADSL은 우리나라에서 저속의 전화모뎀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며 인내심을 시험했던 단독주택 거주 네티즌들에게 ‘고속의 환희’를 맛보게 했다.

문제는 공동주택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이미 UTP케이블을 이용한 구내통신망이 구축돼 있거나, 밀집형 건물이어서 구내 통신망을 손쉽게 구축할 수 있다. 굳이 전화선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ADSL이외의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전체 가구 수가 약 1300만 세대를 헤아리며, 이중 약 50% 가량인 650만~700만 가구가 아파트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이다. 또 전체 공동주택 가운데 350만 이상이 300세대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 단지이다.

아파트 단지의 경우 전화선과 별개로 구내통신망을 구성하고, 이를 이용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ADSL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망을 구축할 수 있다. 나아가 UTP케이블은 ADSL의 전화선으로는 불가능한 100Mbps 이상의 전송속도를 낼 수 있어 기가비트이더넷, VDSL(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 등 차세대 초고속인터넷 기술방식을 적용하는데 무리가 없다. 이와 함께 통신망이 구내와 외부로 구분됨으로써 외부 통신망(가입자망과 백본망)에 부하를 주지 않으면서 구내망 안에서 주문형비디오(VOD), 아파트단지 관리 등 각종 부가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반면 ADSL은 통신사업자의 전화국(또는 광단국)에서 중앙집중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이어서 구내통신망 형성이 어려운데다 전화선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현재 최대속도인 8Mbps 이상의 전송속도를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단독주택에서는 ADSL이 유효적절한 수단임에는 틀림없지만, 아파트의 경우 ADSL망을 구축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의 바람직한 투자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 ADSL이 우리나라의 공동주택에 많이 보급됐던 이유가 무엇일까.

통신업계에서는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초기 단계에서 ADSL에 투자와 관심이 지나치게 집중돼 구내통신망을 이용한 각종 대안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화국의 교환기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는 이른바 ‘스위칭방식’에 익숙해져 있던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중앙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라우팅방식’의 구내통신망 기술을 인식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구내통신망 응용기술을 알게 된 이후에는 ADSL 등 기존 상품의 매출저하를 우려한 나머지 구내통신망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의 확산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구내통신망 사업자들에게 인터넷 전용선 요금을 상대적으로 높게 부과하는 등의 방해를 하기도 했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공동주택의 구내통신망은 향후 국내 정보인프라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볼 때 대단히 중요하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구내통신망 구축이 미흡하고, 이를 이용하려는 노력이 미진할 경우 현재 ADSL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기존의 전화선을 이용한 방식에서 탈피, 리모델링을 통해 데이터용 구내통신망을 구축함으로써 미래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